에비에이터.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2020년에 출시될 당시 링컨에서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가 되었고 어떤 헤리티지를 가지고 어떤 아이덴티티가 있는 차량인지 모르고 계실 것 같아 제가 직접 시승을 해보고 느낀 부분을 상세하게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익스플로러의 시승기를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저만의 보는 눈과 잣대만으로 차량을 평가합니다. 디자인적 요소나 편의위주의 평가는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실 수 있을 것이라 보이고 저는 오롯이 차량의 본질에 있어서 평가를 하며 느낀 부분들을 생동감 있게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에비에이터 헤리티지
놀랍게도 2세대 모빌 입니다. 1세대 에비에이터는 2000년 초반인 2003년 정도에 처음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출시일로부터 3년 밖에 판매를 하지 못하고 단종된 비운의 자동차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익스플로러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했었고 차량의 크기도 미국기준 미들사이즈 SUV였으며 링컨이라는 브랜드는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부여한 차량임에 반해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제외하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습니다. 더구나 포드의 익스페디션과 가격대가 겹쳐지다 보니 자연히 소비자의 이목은 한 등급 위의 체급인 포드 익스페디션으로 시선이 향했고, 그것은 판매량 저하로 이어지면서 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포드 6세대의 풀체인지 프로젝트를 앞둔 시점에서 링컨의 에비에이터를 부활 시킵니다. 가장 큰 변경점은 기존의 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을 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으로 변경된 것과 바디 온 프레임 방식에서 모노코크의 CD6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한 에비에이터의 이미지는 안락한 비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발되었습니다.
주행 테스트
운전석에 탑승하며
기존의 에비에이터 전기형의 구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크게 달라진 것은 크게 없습니다. 인테리어 레이아웃도 동일하고 익스플로러 페이스리프트의 UI를 그대로 접목시켰고 인테리어는 손이 닿는 모든 곳에 가죽으로 뒤덮여 있어
시각적으로나 육감적으로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나타냅니다.
익스플로러와 가장 큰 차별점을 둔 것은 HUD입니다. 시인성. 글자크기. 모두 적당하고 간략한 표식으로 식별하는데 아주 편했습니다.
시동을 켜며
시동을 켜고 웜업 하는 사이 어김없이 오디오를 켰습니다.
이퀄라이저를 저의 입맛에 맞게 튠하고 들었을 때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만족할만하지!!"
좋았습니다. 당연히 볼륨을 올릴수록 한계는 있지만 볼륨의 중간 음역대에서 밀어주는 짜임새 있는 음압과 볼륨을 낮은 음역대로 내렸을 때도 주변의 소음에 묻히지 않을 정도의 선명한 전달력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베이스의 선명한 음압만 있다면 그건 욕심이겠지만 이 정도로도 럭셔리 브랜드 다운 풍부하고 깔끔한 음질이었습니다.
주행 질감
에어스프링이 약간 하드 하게 세팅된 것 같아 터널의 빙결방지를 위한 횡방향의 수많은 홈을 밟고 지나갈 때는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런 반면에 댐퍼용량과 에어스프링의 용량이 풍부해서 바운드가 있는 노면과 단차가 있는 교각 부분을 지날 때는 그냥 평지를 지나는 것처럼 대부분을 상쇄시켜 버려서 조금 놀랐습니다.
마치 차량이 저에게 "넌 그냥 전방만 주시해. 내가 다 알아서 해줄 거니까"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까지 좋았습니다.
소음과 정숙성
약간 고속으로 대략 130~140km/h까지 달려봅니다.
그 상태에서 딜러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놀라운 것을 알았습니다. 링컨에서 이렇게까지 NVH에 정성을 쏟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NVH는 소음, 진동, 불쾌함의 모든 영역을 억제하는 기술을 뜻하는데 이런 감성적이고 관능적인 부분을 하드웨어 설계적으로, 그리고 스피커의 주파수 등의 시스템적으로 억제시켰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런 고속주행에서도 평소와 똑같은 육성의 성량으로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운동성
대충 150km/h전후에서 급차선변경을 연속으로 했을 때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에어스프링과 적정한 댐퍼량, 그리고 더블위시본의 섬세한 세팅과 후륜세팅, 또한 각각의 링크들의 적정한 소재 선정, 설계적으로 계산된 굵기, 운동성을 고려한 각도들이 상기되면서 얼마나 정성 들여 이 차를 만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좌우 롤이 상당히 억제 되어서 내가 원하는 각으로 스티어링 휠의 타각을 주고 다시 원복 하면 그 직후 완벽하진 않지만 꽤나 밸런스가 잘 맞춰집니다. 연속으로 해도 똑같은 느낌의 피드백. 이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BMW X5의 날카롭고 정교한 민첩함과 비교하면 어쩌면 이 것은 결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초 고속 주행
도로의 코너가 완만한 상태에서 170km/h까지 길게 항속 주행 해봅니다.
도로의 코너각이 있기 때문에 감속해야 하는 시점에서 타이어의 그립이 한계에 도달해 소음이 나타날 때까지 감속하지 않고 주행합니다. 타이어의 그립을 잃기 직전의 소음이 나타날 정도의 조건이었는데도 한 손으로 스티어링을 파지 하며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했는데 이 상황에서 주행이 가능한 것에 감탄했습니다.
물론 타이어의 그립력을 잃지 않도록 약간의 카운터 스티어를 주면서 코너를 주행했고 탈출하는 코너들 마다 기분이 상쾌했습니다.(에비에이터는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션의 변속로직
변속이질감이란 찾아볼 수 없고 고요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지만 주행의 즐거움에 있어 변속의 체결감까지 모두 고요하다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만족하는 주행을 위해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결론 및 마무리
링컨 또한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BMW의 같은 급인 X5와 비교하자면 각자의 지향하는 방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X5는 주행의 다이내믹함과 그 어느 것 빠지지 않는 여러 가지의 성능과 감성이 BMW의 지향하는 방향이라면.
링컨 에비에이터는 그랜드투어링의 안락함을 겸비한 그 어느 것 빠지지 않는 갖가지의 성능과 감성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도 아주 매력적이죠. 8900만 원. 할인 전 금액이니까 할인을 하게 되면 더욱더 매력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화폐가치의 하향, 경기침체의 상황이라면 제네시스 GV80의 치솟는 차량가격과 차의 본질이 없는 예쁜 차 또는 제일주의의 벤츠 GLE의 가격은 초고가 이면서 지향하는 방향이 원가절감으로 차의 본질을 깎아버리는 차를 고려 중인 분들이라면 반드시 링컨 에비에이터를 권해드리고 싶을 정도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